풍자이야기

있었던가? 없었더라!

   

 

어느 축하모임에서 술이 몇순배 돌고 여흥이 무르익자 누군가단단하다, 둥글둥글하다, 수천만, 헤아릴수 없이 많다, 있었던가? 없었더라 어구가 차례로 들어가는 시를 누가 멋지게 짓는가 비겨보자고 제기했다. 그러자 국장어른이 사람으로 일어나서 술좌석을 둘러보더니 시인이나 된듯 읊조리기 시작했다.

"젓가락은 단단하고 접시는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다녀본 술집은 수천만이요,      내가 먹어본 산해진미는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이 어른이 언제 한번 자기 돈을 일전한푼 낸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모두가 박수를 치자 이번에는 기자가 일어나서 자신의 문장능력을 뽐내듯 목청을 뽑아댔다.

"붓대는 단단하고 붓끝은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문장은 수천만편이요, 내가 발표한 기사는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내가 언제 한마디라도 사실을 말한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기자가 앉기 바쁘게 목재상이 일어나 읊조렸다.

      "톱날은 단단하고 원목은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찍은 나무는 수천만이요, 내가 팔아버린 목재는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내가 언제 나무를 한그루라도 심은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다음은 수리국처장이 팔을 내흔들며 읊조렸다.

      "돌은 단단하고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수리한 제방은 수천만이요, 홍수방지 명의로 쌓은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언제 한번이라도 철근을 사용한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수리국처장이 읊기를 마치자 부동산개발업자가 뒤질세라 대머리를 쓸어올리며 길게 읊조렸다.

      "철근콩크리트는 단단하고 세상은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도맡은 공사는 수천만이요, 내가 일어세운 저질공사는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누가 한번이라도 나의 책임을 추궁한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이번에는 말석에서 눈치를 보던 도적이 일어나 뽐내듯 읊조렸다.

      "만능열쇠는 단단하고 금고의 자물쇠는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훔친 사장댁물건은 수천만이요, 내가 도적질한 국장댁재물은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어느 사람이라도 사건을 제보한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모두가 자신이 지은 시가 제일이라고 우쭐대고있을 삼배동아가씨(三陪小姐) 나서서 한마디 읊조렸다.

      "수컷들의 물건은 단단하고 암컷들의 물건은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거래한 사내들은 수천만이요, 내가 잠자리를 함께 사내들은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내가 언제 한번이라도 정을 준적이 있었던가? 없었더라!"

      모두들 좋다고 박수를 치고있을 어디선가 백발이 성성한인이 걸어나오더니 술좌석을 쏘아보며 한마디 읊조렸다.

      "술병은 단단하고 술상은 둥글둥글하더라. 내가 들어본 나쁜 일은 수천만이요, 내가 본적 있는 악당들은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나 어느 한놈이라도 좋은 끝장을 자가 있었던가? 없었더라!"

《이야기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