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괜찮다. 8년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거절했겠는가. 이제는 날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 기대조차 내려놓았다. 그래서 이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일개 신인 배우일 뿐이다.
-그럼 예전에는 어떤 심정으로 인터뷰를 거절한 건가?
내 진심이 전해질 수 있을 만한 매개체도 없었고, 사회적 분위기도 허락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좋게 전해질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리 죄송하다고 말해도 진심이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병역 기피에 대해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때 나도 순전히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내 삶이고, 내 인생이니까. 그 결정은 내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내 마음을 바꾸는 정도라고 쉽게 생각한 거지.
-이 정도로 큰 사회적 파장이 일어날 줄은 몰랐던 건가.
전혀 몰랐다. 시민권 따고 나서 바로 한국에 들어와 7집 앨범을 내려고 했다. 왜 내 마음이 변했는지 충분히 설명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입국 금지를 당한 거다.
-파장이 그렇게 컸던 건 병역 의무에 대한 한국 특유의 정서도 정서지만, 당신이 너무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건 알고 있나?
당연히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당시에 내가 공인으로서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열아홉 살 때 졸지에 유명 연예인이 되었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지도 몰랐고, 내 결정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숙지할 만한 인격도 부족했다.
-미국 문화권에서 성장했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어떤 틀 안에서만 갇혀 살았기 때문에 인식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난 그때 생각이 깊지 않았다. 여러분들은 내게 좀 더 신중한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다시 활동하고 싶나?
물론이다. 여기선 다 나를 ‘한국의 유승준’이라고 부르지 ‘미국의 유승준’이라고는 안 한다. 한국은 나라는 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내가 태어나고 내 이름을 찾은 곳이다.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이제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니까 한국에 가고자 하는 기대도 더 커졌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가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 용서받고 싶다. ‘왜 8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한국에 못 들어갈까’ ‘내가 왜 이렇게 한국과 서먹서먹해진 걸까’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그래도 난 지금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장담하건대 난 꼭 세계적인 스타가 될 거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면 다음 세대를 그 길로 인도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지금도 후배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온다. 중국 진출하고 싶다고. 그럼 일단 나부터 좀 살자고 기다리라고 한다.(웃음) 성룡이 내게 손 내밀어줬듯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예전에도 대중의 눈에 유승준은 늘 겸손하고 선한 이미지였다.
그때도 나름 겸손하긴 했다.(웃음) 그런데 겸손할 수 있는 위치에서 겸손한 건 진짜 겸손이 아니다. 열아홉 살 때부터 뭐만 했다 하면 주변에서 “너무 잘해” “너무 멋있어” “넌 참 착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칭찬과 박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내가 참 작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된 거다. ‘아,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구나!’ 하고. 일종의 테스트를 받은 기분이다.
-현재 목표가 뭔가?
제2의 성룡을 꿈꾼다. 성룡이 중국의 대중 앞에 서면 그 존재감이 어찌나 큰지 땅이 울리는 느낌이다.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도 쉽게 침범당하지 않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혹시 차기작이 결정됐나?
이번 영화의 정성 감독님과 4월에 촬영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악역인데 현대물이고 투 톱 주인공이다. 감옥이 주무대인 본격 액션 영화다. 웃통 벗고 싸우는 신도 많다.
-완전 물 만난 물고기겠다.
지금 완전 즐겁다.(웃음) 난 단 1초라도 관객의 뇌리에 기억되는 멋진 장면을 남기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걸 못 보여줘서 아쉽다.
-‘근육 비주얼’에 욕심이 있나 보다.
나중에 나이 들면 못하잖나. 성룡 형님도 예전에는 세 바퀴 돌 걸 지금은 두 바퀴밖에 못 돈다.(웃음)
-혹시 같이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나?
류승완 감독님! <짝패>(2006)가 너무 좋았다. 앞으로 한국 감독님들에게 “이 친구가 연기 할 줄 아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나는 (한국에) 못 들어가지만 영화는 들어갈 수 있으니까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한국과의 첫 공식 인터뷰인데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일단은 배우로서 여러분 앞에 선다는 게 조심스럽다. 가수를 하던 사람이 연기한다는 걸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한국 팬들은 중국어로 말하는 나를 보면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다.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봐주면 고맙겠다.